지난달 코스피지수가 2년 내 최고치를 다시 쓰며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10 총선과 상장기업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이달 코스피지수가 최고 290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수출 개선에 힘입어 이달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에 상승 탄력이 둔화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반도체 외에 실적 호전 업종으로 에너지, 정보기술(IT) 가전, 조선 등을 추천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5월 가이드라인 발표를 전후로 정책 기대에 의존했던 주식시장의 동반 랠리가 지속되기보다 기업별로 선별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에 주목했다. 그는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둔 현재 셀온현상(호재에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는 기계, 위성, 바이오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의 2800선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높은 채권 금리, 달러 강세 등의 불안정한 대외 투자 환경과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750 부근에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지수가 4월 중 2800을 넘더라도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선물 매수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 코스피 정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외국인이 현물 2조원을 순매수했음에도 6조원이 넘는 선물 매도가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2670선에서 2430선으로 폭락했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 흐름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상장 기업의 실적 모멘텀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한국전력 등 5개 기업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2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줄어들 가능성이 우세하다”며 “실적 불확실성이 상당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어 1분기 실적 발표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오는 10일 예정된 총선도 코스피지수 상승폭을 결정할 정책적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느 당이 집권하는지에 따라 증시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는 소액주주 이익 보호, 배당소득세 개편, 상속세 인하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은 세법 및 상법 개정이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총선에서 여당이 150석 과반을 차지해야 이 같은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지수는 이달 중 2800선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인 IT 하드웨어, 스마트폰, 전력기기와 저PBR 업종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달 미국의 ‘중국 때리기’로 인한 수혜주가 증시 상승을 이끄는 데 한몫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업종이 순환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을 비롯해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태양광 기업 SDN이 중국 규제 시 수혜주로 떠올랐다”며 “미국이 반도체 바이오 플랫폼에 대중국 규제를 어디까지 확대하는지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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